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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고자료] 현(縣)구역 경제의 견본 : 원링(溫嶺) 기행 (FT중문망 2014.12.8) 2014-12-19

  • 저자 : 두버치(杜博奇)

    편집자의 말 : 원링(溫嶺)은 저쟝(浙江)성 내의 한 현급시(縣級市)이다. 우리가 원링(溫嶺)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이 작은 도시의 평균 주택가격이 1.5만위안 수준에 이르면서 심지어 많은 성도(省都, 성 행정부 소재도시)의 주택 평균가격을 능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요소들이 원링(溫嶺)의 높은 주택가격을 뒷받침 해주고 있는가? 저자 두버치(杜博奇)는 원링(溫嶺) 경제에 대한 현지탐방을 통해 우리에게 중국의 현구역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견본을 제공하였다.

    원링(溫嶺)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2014년 구정기간의 한 뉴스기사때문이였다. 인터넷에서는 이 작은 해변도시의 주택가격이 평방미터당 십몇만원까지 치솟았다는 소식이 돌고 있었다. 물론 이는 개별 주택단지의 가격이었다. 원링(溫嶺)의 평균 주택가격은 1.5만위안 수준이었고 심지어 많은 성도(省都, 성 행정부 소재도시)의 평균 주택가격 이상이었다. 작은 현급시(縣級市)의 주택가격이 이렇게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금할 수 없었다.

    2014년 가을, 나는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고자 항저우(杭州)역에서 원링(溫嶺)행 기차에 올랐다.
    원링(溫嶺) 기차역을 나서자 마자 난잡한 도시근교의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도로 양측에는 나지막한 상가들이 즐비해 있고, 여기저기서서 특산물을 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록달록한 광고지가 빈틈없이 부착된 공공버스가 아스팔트 길에서 달리고 있었고, 새로 건설된 고층아파트 건물들이 산언덕 사이에 우투거니 서있었다.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종려나무 가지사이를 스쳐지나가고 있었고, 먼 하늘가에는 땅에 닿을듯한 낮은 구름들이 떠있었다.

    공공버스를 타고 도시를 가로질러 해변으로 이동하는 길에서도 빽빽하게 들어선 공장들과 숲을 이룬 고층 빌딩들을 볼 수 있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신발공장, 부품가공공장들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었고 번화한 길목에서는 "안전생산" 글자가 쓰인 포스터를 볼 수 있었다. 도로변에서는 피혁가공공장, 신발공장으로부터 배출된 공업폐수들이 흐르고 있었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문득문득 느껴졌다.

    같은 공공버스를 타고 있던 한 현지인은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시내) 주택 가격이 2만위안 수준을 회복했다."고 나에게 말했다.

    행정등급을 따지면 원링(溫嶺)은 저쟝(浙江)성 타이저우(臺州)시에 소속되는 현급시에 불과하지만, 주택가격을 따지자면 원링(溫嶺)은 타이저우(臺州)시에 뒤우쳐 지지 않는다. 저쟝(浙江)에는 "저쟝(浙江)성 남부의 부동산 가격은 타이저우(臺州)와 원저우(溫州)를 봐야 알 수 있고, 타이저우(臺州)의 부동산 가격은 원링(溫嶺)을 봐야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높은 주택가격은 원링(溫嶺)의 주요특징이자 이 도시의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돌파구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주택가격을 한 지역의 경제발전 수준을 측정하는 풍향계로 인식하고 있다. 주택가격만을 놓고 볼 때 원링(溫嶺)이 부유한 도시라는 결론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원링(溫嶺)의 주민소득은 전국 평균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따라서 외출을 선택하는 자가 적으며 현지인들은 대부분 원링(溫嶺)에 남아서 공업 또는 상업을 경영하고 있고 노동자들은 대부분 외지인들이다. <원링(溫嶺)시 2013년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통계보고>에 따르면 원링(溫嶺)시의 2013년 인당 국민소득은 61,930위안으로 현행 환율로 환산하면 10,000달러를 넘는다. <2013년 세계 각 지역 인당평균소득 랭킹>에 비추어 볼 때 멕시코, 레바논과 상당한 수준이다. 2013년 중국의 인당 평균소득은 5,414달러에 불과했다.

    어업, 건축업과 제조업은 원링(溫嶺) 경제의 지주산업이고 현지 주민소득의 주요 원천이다.
    원링(溫嶺)은 타이저우만(臺州灣) 남쪽에 위치해 있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해안선 길이가 300Km를 넘고 160여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다. 득천독후(得天独厚)의 자원 우세 때문에 어업이 농업생산의 65%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매년 고기잡이의 계절이 되면 원링(溫嶺)의 어민들은 모두 고기를 잡으러 동해바다로 나가고, 수확한 해산물들은 숭먼진(松門鎭)의 한 해산물 유통물류센터로 집결된 후 도로를 통해 전국 각지로 운송된다.

    가을이 되어 금어기에 접어들면 어민들은 관광업 장사를 시작한다. 어선을 깨끗하게 수선한 후 관광객들을 태우고 섬여행을 돈다. 어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거니와 인당 수백위안 기준의 승선료 수익을 볼 수도 있다.

    원링(溫嶺)은 산이 많아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전동 삼륜 차량을 자주 이용한다. 삼륜 차량 운영 허가를 받은 기사들은 관광객들을 태우고 길거리를 누비면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기회가 있는 곳에 비지니스가 있다"는 민간 속담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승객을 태운 어선과 전동 삼륜 차량은 음식점, 해산물 판매상가와 함께 어업 이외의 또다른 경제지대를 구성하고 있다.
    눈에 띄지 않는 일들이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 된다. 사람들은 "민간에 저축된 부"를 부러워는 하는 한편 부지런함의 중요성은 무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발달한 건축업 또한 원링(溫嶺) 경제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원링(溫嶺)이 "건축의 향(鄕)"으로 불리우고 있는 이유는 이곳의 건축물이 유명해서가 아니라 건축업이 아주 활발한 태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업은 자금집약 및 노동집약형 업종으로 원링(溫嶺)의 건축업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인구수가 어마어마한 농촌 주민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 부동산•기초시설 건설의 붐이 일었기에 가능했다. 오늘날 130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이 도시에는 수백개의 건설기업이 분포되어 있으며 그 중 2급 이상의 건축기업 자격을 보유한 기업만 55개이다. 화타이(華太), 수광(曙光), 톈숭(天頌) 등 건설그룹사들은 이미 오래 전에 "중국 500대 민영기업"으로 선정되었다.

    건축업은 부동산업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다. 건설회사들이 노동력으로 움직이는 단순한 시공업체에서 부동산개발, 도시개조, 주택인테리어, 건물임대, 호텔투자 등 상류 분야로 진입하면서 원링(溫嶺)의 부동산 시장 번영과 주택가격 인상을 초래하였다.
    건축업은 주기성이 강한 업종으로 거시적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고 철강, 시멘트, 부동산, 기초시설건설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업계의 양적인 발전은 실체경제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며 실체경제의 뒷받침이 없는 발전은 "공중누각"에 불과하다.

    건축업체, 개발업체들이 만들어낸 대량의 주택단지들은 왕성한 시장수요 없이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없다. 수요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정상적인 거주 수요와 거주환경 개선의 수요외에 부동산 투자 열정에서 비롯되었다.

    참혹한 현실은 이 식히지 않는 부동산 투자 열정이 제조업의 자금 인출을 대가로 바꿔온 것이라는 사실이다. 부동산업이 고도로 활성화 된 한편 원링(溫嶺)의 실체경제 특히 제조업은 심각한 업그레이드 및 구조전환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원링(溫嶺)의 제조업은 신발 제조업, 전기기구 제조업 및 펌프 제조업을 삼대 선두산업으로 하여 산업 집중효과를 창출해 내고 있다. 피혁, 플라스틱, 금속, 부품, 측정기구, 통용설비, 전기기구 등 상하류 산업이 집중되어 있고 "리오주식회사(利欧股份)"(국내 최대의 펌프 제조업체 및 수출업체), "쳰쟝모토(錢江摩托)", "ASD(愛仕達)"(취사용기 제조업체) 등 상장회사들을 육성해 냈다. 완벽한 산업체인이 형성되어 생산원가가 극소화 되었고 이는 원링(溫嶺) 제조업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었다.

    최근 위안화 가치하락, 화폐증발, 경쟁심화, 주택임대료 상승, 인건비 상승 등 배경속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저원가 경쟁력이 심하게 약화되고 있다. 화폐가치 하락의 리스크를 헤징하기 위하여 제조업 자본들이 앞다투어 부동산 분야로 대피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부풀려 졌고 토지가격과 인건비가 상승하였으며 경제 전체가 부동산에 의해 "납치"되고 말았다.

    제조업의 한파가 원링(溫嶺)에도 확산되었다. <원링(溫嶺)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원링(溫嶺)의 신발제조업 인건비는 매년 10%-20%의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4년 상반기 신발제조업의 구매원가가 10% 상승했고 공장 임대료가 50% 상승하였으며 소형 신발제조공장의 70%가 적자를 보고 48%가 문을 다았다. 원링(溫嶺)의 자랑거리인 신발제조업의 완벽한 산업체인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이 하나 있다. 원령(溫嶺)의 수천개 신발제조공장들은 수십년의 발전과정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가공제조업의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브랜드 지명도가 부족하고 수량으로 시장경쟁을 하고 있다. 생산라인 노동자 1명당 일평균 신발 생산량은 50쌍이고 출고가격은 20-70위안이며 생산원가를 공제하면 별로 남는 이윤이 없어 현지인들은 "칼날이윤"이라 부르고 있다.
    생산원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한편 상품의 핵심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산업의 미래가 어디에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