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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고자료] 사촌형이 시골도시에 집을 산 이유 (파이낸셜타임즈 2014.9.3) 2014-09-26

  • 중국 시골도시들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같은 매력도 없고, 유동인구도 적다. 하지만 부동산개발업체들은 경쟁적으로 토지를 불하받아 아파트를 엄청나게 건설해 판매하고 있는데, 도대체 이 집들은 누구에게 파는 것일까?

    도시에는 짝을 찾지 못한 여자들이 남아있다는 이야기가 있고, 농촌에서는 훨씬 더 많은 남자들이 결혼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든 아들을 낳으려는 예전 풍조 때문에 남녀 성비 불균형이 나타났고, 따라서 여자는 여러 가지를 따져서 남편을 고를 수 있지만 남자는 결혼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어졌다.

    여자는 도시에 남으려 하고, 농촌 남자는 결혼하기 어렵다는 두 가지 사실을 따로 놓고 보면 부동산 판매와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이 두 가지 사실이 결합되는 순간 시골도시 부동산시장에 불꽃이 점화된다.

    최근 큰 사촌형이 시골도시에 집을 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식을 듣는 순간 거기 누가 산다고 집을 샀는지 의아했다.

    사촌형은 농지 10여 무(1무=667㎡)를 가지고 보리와 옥수수를 재배하면서, 중간 중간 배추, 견과류 채소 등도 재배한다. 방 5개짜리 기와집에 살면서 일가족 4명이 각방을 써도 방이 하나 남는 상황이다. 더구나 대를 이어줄 아들은 이제 중학교 1학년인데, 대체 새로 산 집에는 누가 산다는 것인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집을 산 이유는 “우선 자리를 잡고 본다”는 것이었다. 우스꽝스럽게 들리지만 이는 현실이다. 사촌형이 살고 있는 농촌에서는 도시에 집을 사는 것이 이미 유행이 되었다. 마을 청년 상당수가 결혼을 못 하는 것은 여자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도시에 집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시에 여자가 남는다는 문제점은 농촌에 여자가 없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이다. 예전에는 남자가 결혼할 때 3대 필수품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즉 자전거, 재봉틀, TV를 준비해야 했었다. 지금 시대에는 명확하게 제시되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새로운 3가지를 보유해야 한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집, 자동차, 그리고 마누라이다. 집은 농촌 기와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2층짜리 별장도 농촌에 있으면 소용이 없다. 자동차는 당연히 농업용 삼륜차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오토바이도 아가씨들의 눈에 차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마누라를 준비한다는 것은 조금 미묘한 표현인데, 젊은 아내들은 자립하여 밥을 짓고 아이를 돌볼 수 있으며, 밖에 나가 돈을 벌어올 수 도 있기 때문에 재산처럼 비유되고 있다. 이 3가지를 보유한 남자들은 중국 농촌에서 새로운 지역 유지처럼 행세할 수 있다.

    매년 춘절, 농촌의 부모들은 외지에서 돌아온 자녀들을 서로 소개시키기 위해 먼저 이 3가지를 준비였는지 확인한다. 춘절 명절의 의미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직업과 연봉을 알아보면서 도시에 집을 가지고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곤 한다.

    물론 모든 농촌 사람들이 도시에 집을 살 수는 없다.

    환발해만 지역 시골도시의 경우, 평방미터당 4000위안 정도의 가격이 형성되어 었다. 시골도시 아파트의 특징은 방 하나짜리를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 방 3개나 4개 짜리인데다가 주차장 또한 필수로 포함되어 있다. 따져보면 적어도 30-40만 위안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토지를 경작해서 벌기는 어려운 금액이다.

    현재 농촌에는 과거에 보기 힘들었던 TV, 휴대폰, 인터넷 등이 신속하게 보급되었다. 또한 과거에는 결혼 대상을 살펴볼 때 용모 외에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확인했었다면, 지금 관심 두는 것는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이다.

    경작 방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개인에게 토지를 분배하는 데서 점차 기계화, 고용, 도급경영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집안에 노동력이 없다면 전문 경작인에게 도급을 맡기고 연간 임대료를 받거나, 대형 농기계를 임차하여 하루 만에 농지를 갈아엎을 수 있다.

    노동력 수요가 줄어들면서 사람들의 일자리도 변화하고 있다. 사촌형과 형수 또한 그런 상황이다. 사촌형은 한 자영업자 밑에서 대형 트럭을 몰고 있고, 사촌형수는 도시와 농촌 경계선에 위치한 수공업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많은 농촌 사람들이 이렇게 도시에서 서비스업이나 가공업에 종사하고 있다.

    학교를 나온 젊은이들은 농촌 토지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다. 도시에서 버는 돈이 방세와 기초생활비를 제외하고 거의 남는 게 없더라도, 도시에 남아 기회를 찾아보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콘크리트와 시멘트를 바라볼지언정 흙먼지 나는 농촌 토지를 상대하지 않으려 한다.

    도시에 들어와 사는 동안 점차 꿈이 커지고, 도시에 정착하고자 한다. 첫 번째 화제로 돌아와 이야기하자면, 결혼에서 주도권을 가진 신부들은 남자들에게 도시에 있겠다는 신호를 주게 된다. 현재 도시로 진입하는 것이 호구제도 등 정책상 어려움이 없는데다가, 중국인들은 일단 거점이 있어야 결혼할 수 있다는 생각이 습관화 되어 있다. 시골도시의 아파트들은 이렇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사촌형에게 가족 모두 도시 집으로 이주하면, 퇴직금이 없는 말년을 어떻게 보낼지 물어보았다. 사촌형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막연한 상황은 사촌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골도시에 집을 사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진 문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