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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고자료] 매력적이면서도 짜증나는 베이징 지하철 (영국 가디언 2014.9.11) 2014-09-19
  • - 영국 기자의 베이징 지하철 88km 승차 체험 -
    (중국 참고소식 7.12 게재)

    베이징 지하철로 서남부 수좡(蘇庄)에서 동북부 펑보(俸伯)까지 가려면, 두 번 갈아타서 3시간이 소요되지만 비용은 얼마 들지 않는다. 이는 베이징 지하철에서 편도로 가장 긴 구간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공공교통 노선 중 하나이다. 총 88km를 달리는데 요금은 겨우 2위안이다.

    평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은 피곤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보다가 자리가 나면 달려들곤 했다. 칭얼대는 아이를 데리고 있는 부모들도 있고, 처음으로 지하철을 탄 것 같은 농민공도 있었으며, 드럼통에 장어를 싣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여름 끝자락 사람들이 가득했으나, 탈취제 냄새가 섞인 에어컨 바람이 불어와 차량은 그런대로 시원했다.

    세일즈 매니저인 류진창 시는 사람들이 꽉 차 고개도 돌리기 힘든 상황에서 옆을 보면서 말했다. “지하철은 베이징의 자랑입니다. 이 도시에서 생활하는 이유죠.” 그의 말은 유머이기도 하지만 그가 베이징 지하철을 사랑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는 자동차를 가졌지만,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치일지언정 지하철로 출근하는 것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자동차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차량 안에는 안내표식이 설치되어 있고 안내방송이 나오곤 했다. 부착된 모니터에서는 뉴스와 연예오락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질주하는 열차 밖 터널의 벽면에서 광고가 나오기도 했다. 역 건물은 깨끗하고 조명등이 밝게 켜져 있었으며, 중문과 영문 안내표시가 완비되어 있었다. 오래된 일부 역은 낡았지만, 몇몇 역들은 독특한 인테리어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베이징 지하철은 실용성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교통시스템이다.

    베이징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 1000만 명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런던의 3배이고 뉴욕의 두 배이다. 지하철 구간의 빠른 확장은 이 도시의 빠른 발전을 상징하고 있다. 최근 베이징에서 매년 증가하는 상주인구 수는 수십만 명에 달하고 있다. 이 도시에는 이미 200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베이징 지하철 이용객 관리 문제는 계속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중국 대도시들이 어떻게 일반 민중의 생활품질을 보장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 시얼치(西二旗) 역은 베이징에서 가장 바쁜 역 중 하나로서, 러시아워에는 플랫폼에서 근무자들이 승객을 차량 안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열차 문 근처에서 확확 밀어 제치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 사람들이 밀집된 상황에서 “평화”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은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건설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후, 도시 철도교통 건설에 다시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국가발전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총 36개 도시의 철도건설계획을 비준하였고, 이들 전부가 이미 착공되었다. 2020년 중국의 철도 노선은 거의 6000km에 달할 전망이다.

    공공교통 확대는 미세먼지 문제와 차 막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호적제도 개혁으로 유입되는 노무자들이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호적제도 개혁의 원래 목적은 사람들이 비교적 규모가 작은 도시로 이동해 정착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정착은 어려워진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수도의 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일본 도쿄 대도시권에는 3600만 명의 상주인구가 거주하므로, 이론적으로 볼 때 베이징도 1000만 명을 더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활하고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결코 만만한 상황이 아니다.

    점점 더 불평등해지는 사회에서 지하철 안은 상대적으로 평등한 지역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공공교통을 이용하고, 돈 많은 사람들은 페라리를 이용한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하지만 전철에서는 아이폰으로 자료를 찾는 회사 사장 옆에서 둘둘 만 이부자리를 끌고 있는 농민공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철 요금을 올리는 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기회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49세의 청소용역 노동자인 리중친 씨는 “요금이 4위안이나 5위안으로 인상되면 전철을 타지 않을 거예요. 내 나이 대 사람들 중 나는 돈 없는 사람이에요.” 그녀가 전철을 타지 않고 버스를 타게 된다는 것은 안 그래도 긴 하루를 더욱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